2009년 11월 18일 수요일

해방촌 이야기

서울의 중심 남산의 남서쪽 구릉지 일대는 ‘해방촌(용산2가동)’이라고 불린다. ‘해방촌’은 글자 그대로 8?15 해방 뒤 생긴 마을이다.뒤로는 남산이 있고, 앞쪽 너른 평지에는 미군기지가 자리잡고있다. 해방 직후까지만 해도 이 곳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이었다. 이런 곳에 1946년께부터 북쪽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자리잡게 되면서 마을이 생겨났다.일제시대 남산 신사(神社)로 올라가는 가파른 ‘180계단’ 위쪽에는 이 곳의 중심부인 해방촌 5거리가 펼쳐져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골목골목 사이에는 다가구ㆍ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스웨터 등을 만드는 가내공장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아직도 수십년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곳, 그러나 골목마다 즐비하게 늘어선 부동산중개업소는 이 곳에 ‘상전벽해’(桑田碧海)’ 같은 변화의 물결이 일 것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서울 최고의 요지지만 달동네로 남아있던 해방촌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남산과 미군기지 터에 조성되는 용산민족공원을 연결하는 녹지축이 생기고 미군기지가 이전하면 이 곳은 한국 최고의 주거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름하여 ‘한국판 베버리힐스’. 이르면 2016년 이 곳은 인근의 한남동 전통부촌과 한남뉴타운, 이태원동ㆍ갈월동ㆍ후암동의 상업지구와 인접한 최고급 주거벨트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시절, 해방촌을 중심으로 한남동과 후암동 일대를 강남 대체 고급 주거지로 조성하는 내용의 ‘U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이어 지난 5월에는 오세훈 시장이 해방촌 일부(5만7000㎡)와 국방부 소유의 군인아파트 부지(4만7000㎡) 등 총 10만4000㎡를 폭 100~190m, 길이 700 m 규모의 ‘남산 그린웨이’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고급 주거지역 개발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 남산과 용산민족공원, 한강을 잇는 녹지축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향후 용산국제업무단지와 남산르네상스의 중간지점으로 낙점을 받은 것이다. 그린웨이 조성으로 철거되는 주민들은 후암동ㆍ갈월동 일대의 재개발지역(33만4700㎡)으로 옮겨 살게 된다.60년 째 해방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평북 선천 출신의 김두병 할아버지(81)는 “초기 정착한 실향민중 일부는 남대문시장 등지에서 돈을 벌은 후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고 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상경한 농촌민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면서 “서울의 몇 안되는 달동네가 사라진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서야 제대로된 관심을 받고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주민들 사이에서 개발 이야기가 한창이다”고 전했다.김 할아버지의 말처럼 해방촌 일대는 ‘육군 중앙경리단 건물이 대형쇼핑몰 부지로 바뀐다’,‘용산고등학교 앞 일대가 상업지구로 용도가 변경된다’ 등의 각종 개발루머들이 떠돌고있다.실향민의 고단한 삶터였던 해방촌은 이제 해방촌은 달동네에서 ‘해방’되어 강남 뺨치는 ‘고급 강북’으로의 달콤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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